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케팅의 최전선, 뷰티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제품의 우수성, 즉 뛰어난 기능과 기술력만으로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실제로 제품 중심의 성장은 단기간에 빠른 성장과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적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마케팅 자체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고객 획득 비용(User Acquisition Cost)은 상승하는 반면, ROAS(광고 수익률)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검색 광고도 예전처럼 효과를 내기 어려워졌고, 타겟 마케팅의 효율 역시 떨어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 역시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마케팅을 본질적인 DNA로 삼아온 뷰티나 소비재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그중에서도 뷰티는 언제나 마케팅의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 취향 변화가 빠른 시장 특성상, 끊임없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실험하고 적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웠던 것이죠. 또한 평균 원가율이 20% 내외로 낮아 마케팅에 더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렇게 뷰티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혁신을 이끄는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기업들이 고민하는 마케팅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뷰티 산업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죠.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뷰티 산업이 지금까지 어떻게 마케팅을 해왔으며, 다른 기업들에 적용한다면 어떨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신뢰가 리텐션을 만든다
뷰티 업계에서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에 클릭 한 번으로 소비자를 유입시키고 즉각적인 ROAS를 측정할 수 있어 주로 사용되었던 퍼포먼스 마케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광고 클릭과 전환율에만 집중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백 개의 온라인 광고들이 쏟아졌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극심해진 것입니다. 결국 단순한 광고 메시지만으로는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졌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광고를 무시하는 ‘배너 블라인드(Banner Blindness)’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죠. 이제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뷰티에서 활용하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하여 그들의 팔로워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개인이 일대일로 배포하던 추천인 링크 활용 정도였지만,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서 일대다수로 확장된 것이죠. 일종의 광고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방식이 공동구매(공구)입니다. 공구는 인플루언서가 특정 기간 동안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직접 판매하는 등, 단순 추천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인 어필리에이트와 달리,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방식에서는 신뢰가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한 만큼, 추천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 역시 중요한 것이죠. “내가 써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이어야 추천할 수 있다”라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의 핵심 원리가 더욱 강조되는 형태인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커미션을 높인다고 바이럴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죠. 결국 1) 커미션 2) 제품력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추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균형을 잘 잡으며 초기부터 인플루언서 공구 모델을 활용하여 빠르게 성장했던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뷰티셀렉션입니다.

뷰티셀렉션은 인플루언서를 단순히 홍보를 매개하는 채널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직접 공급망 관리와 고객 경험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믿고 추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죠.
그렇다면 다른 산업의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사실 B2C나 B2B SaaS 분야에서도 추천 코드 및 친구 초대 리워드를 통해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2023년 말부터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일대일 링크 배포 방식을 넘어서는 다음 단계로는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 이유 중 하나는 인플루언서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는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위한 소재가 필요합니다. 즉 단순히 커미션이나 제품력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휴먼터치가 필수적인 것이죠. 뷰티 업계에는 ‘시딩(Seeding)’이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제품의 컨셉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어 협찬 형식으로 인플루언서들에게 뿌리는 방식입니다.
‘시딩’은 즉각적인 전환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ROAS 측정이 불가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각인되고 매출이 오르는 등의 기존 성공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딩’ 전략은 뷰티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형태지만, 최근 AWS 비용 절감 솔루션인 Antimetal도 제품 런칭일에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VC, 스타트업, 인플루언서들에게 1만 5천 달러 상당의 피자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약 150명의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이를 공유했고, 피자를 받은 사람의 70%가 실제 고객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두었죠.
결국 단순한 추천 코드나 친구 초대 리워드를 넘어, 신뢰 자본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협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앞으로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2. 팬덤 마케팅
콘텐츠와 소통이 중요하다
뷰티 업계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에 애착을 갖고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팬덤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본질은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층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기능적 우위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뷰티 업계는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중심이다 보니 팬덤 형성에 비교적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티르티르(TIRTIR)의 경우 인플루언서 출신의 대표님이 론칭한 브랜드로 팬들을 ‘믿쓰티(믿고 쓰는 티르티르)’라고 지칭하고 오프라인 행사도 주최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아마존에서 K뷰티 최초로 판매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중년 여성 타겟의 벨르제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뷰티 크리에이터에서 출발하여 공구 제품으로 성장한 브랜드입니다. 2020년부터 틱톡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슈퍼카 추첨처럼 팬덤향 이벤트를 주최하는 등 팬덤 관리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롬앤(Rom&nd)도 뷰티 크리에이터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콘텐츠뿐 아니라 코덕파티나 오픈오피스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며 팬들과 꾸준히 소통했죠.
결국 팬덤마케팅을 위해선 콘텐츠를 통한 소통이 중요합니다. 브랜드 철학과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뷰티 브랜드처럼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초기 팬덤을 빠르게 형성할 것인지, 아니면 롱블랙이나 뉴닉처럼 처음부터 자체 팬덤을 구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전자는 이미 형성된 팬층을 이용해 옮겨오는 것에 초점을, 후자는 직접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하겠죠.
특히 커뮤니티는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 * 지속성 * 빈도 * 누적 시간에 의해 빌딩되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를 간과한 채, 단기간에 빠르게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쉬운 길만 찾으려 합니다. 결국 이 네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커뮤니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성공사례를 통해 일관성, 지속성, 빈도, 시간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배우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3. 페이백 마케팅
순위가 중요하다면!
리뷰나 후기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잠재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리뷰나 후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면 고객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필요할 겁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페이백 마케팅입니다.
페이백 마케팅은 고객이 먼저 제품을 구매한 후, 정해진 인증을 완료하면 구매 금액의 일부를 현금이나 포인트로 돌려주어, 단기적인 구매 유인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순위가 중요한 플랫폼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챌린저스를 통한 페이백 마케팅이 있습니다. 습관 형성 앱으로 알려져 있는 챌린저스는 뷰티 득템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올리브영 등의 주요 쇼핑 플랫폼과 연계한 페이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제품을 구매하거나 좋아요 인증, 인스타그램 업로드, 리뷰 작성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환급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특히 국내 타겟의 뷰티 브랜드에게 올리브영 입점과 순위 상승은 매우 중요합니다. 올리브영은 국내 H&B 시장 점유율을 90% 이상을 차지하며 2023년에는 매출 4조 원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뷰티에선 빼놓을 수 없는 채널입니다. 취급 브랜드의 약 80%가 국내 중소 및 인디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다른 브랜드에 묻히지 않고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 진출의 관문 역할도 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브랜드가 페이백 마케팅을 활용해 구매 비용을 환급해 주면서 순위를 올리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페이백 마케팅을 활용하기 좋은 분야는 어디일까요? 단기간에 트래픽을 확보해 앱스토어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다운로드 수 혹은 리뷰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산업이라면, 특히 유용할 것입니다. 이는 순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노출이 증가하면서 장기적인 고객 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순위 경쟁을 위한 구매 인증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인증을 조건으로 페이백을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리뷰나 SNS 콘텐츠를 올리면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방식이죠. 결국, 페이백 마케팅은 단순히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자발적인 콘텐츠 생성을 유도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언제나 저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제 뷰티 외 다른 산업에서도 제품 중심의 성장에서 나아가 마케팅 중심 성장 전략을 고민할 때입니다. AI로 인해 제품 개발 생산성과 속도가 높아지면서 제품 개발 능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차별성을 기획력과 마케팅 역량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뷰티와 건강기능식품 영역에서 OEM/ODM 역량이 올라오면서 마케팅에서 차별화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방식 외에도, 뷰티에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텐츠 소비 채널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주요 콘텐츠 소비 채널이 릴스/틱톡과 같은 영상 위주의 숏폼으로 변화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끌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게 된 것이죠. 예를 들면 별빛 광채 팩이나 쫀득한 제형의 모찌 클렌저처럼 재미있는 제형이나 촉감을 가진 틱톡커블한 비주얼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어떤 채널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인 것이죠.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모든 창업자 분들께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카카오벤처스를 찾아주세요! 저희도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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